온 이야기

위기를 벗어나 새 삶을 살고 있는 구조 동물들의
일상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서로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어, 울진 산불 현장에서 만난 가족 이야기



울진 산불 현장, 곳곳에 매운 연기가 가득하고 까맣게 타버린 집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재난을 마주한 이와 바라보는 이, 모두가 속이 검게 타 어찌할 바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렸습니다.



100년을 넘게 살아온 가족의 보금자리가, 소중히 가꿔온 밭이 모두 새까맣게 타버린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위로가 되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시골집은 사랑하는 동물을 위해 목줄이 아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함께 살았습니다. 또 어떤 시골집은 모두 타버렸지만,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도 개가 도망가 타 죽지 않도록 목줄을 끊어준 흔적도 있었습니다. 화재 현장 곳곳에는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가족으로 여기는 주민들의 마음이 숨어있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마을을 살피며,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할아버지는 불이 나자마자 함께 살던 개부터 차에 태워 대피했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노부부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집에 놓고 온 개가 걱정되어 눈물을 글썽이며 간곡하게 임시 보호를 부탁했습니다. 그러곤 마지막으로 개를 꼭 보고 싶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가족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어 일부 활동가가 개의 옆을 지키며 노부부가 충분히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기다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지병으로 매일 50리 길을 오가며 병원에 가야 하지만, 최선을 다해 가족이 된 개의 삶을 지켜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너무 예쁜 우리 백구, 서울 가서 중성화 수술도 해주고 건강하게 해달라며 인사를 마쳤습니다.



대피소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활동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셨습니다. 우리 집 누렁이가 화상을 입어 아픈데, 병원에 데려가 줄 수 있는지요. 집이 모두 탄 건 덤덤하게 말씀하시다가도 누렁이가 입은 화상 이야기에는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내비게이션이나 인터넷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할아버지에게는 동물 병원을 알아보는 일은 너무 큰 산이었습니다. 누렁이의 치료가 끝난 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환히 웃으시며 활동가에게 악수를 청하셨습니다.

캄캄한 현실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어 절망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재난으로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내일은 모두 함께 할 수 있기를, 모든 마음을 다하여 응원합니다🙏






댓글

이종완 2022.03.28

이런 글 읽을때 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