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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이의 후원

10년 전. 토란이가 저희집에 왔습니다.
3살짜리 감자(퍼그)를 키우고 있었는데, 퍼그 카페에서 유기견이었던 토란이 소식을 접하게 됐죠.
프렌치 불독이란 종도 낯설었고, 심장사상충을 앓고 제왕절개 후 배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버려져서
몸이 약하진 않을까, 감자랑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맞벌이를 하는 내가 두마리를 키울 수 있을까. 온갖 걱정을 했었지만
사진에서 절 쳐다보고 있는 그 예쁜 눈을 잊을 수가 없어서 바로 입양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토란이와 함께 한지 10년.
지난 토요일, 원래 기관지가 좋지 않고 또 종 특성상 늘 그르렁 거렸던 토란이가
얕은 기침을 하길래, 감기인가 라는 걱정에 늘 다니던 동네 병원으로 데리고 갔죠.
엑스레이결과 폐수종.
노령견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라곤 하는데 좀 심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2시간마다 이뇨제를 투여하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경과가 좋다길래..
한시름 걱정은 덜어지만 그래도 밤새 좀 더 지켜볼 생각으로 24시간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8시경 토란이를 데려다줬고 ''내일 올께''라는 인사 후, 약 4시간 후인 새벽 12시 20분. 토란이가 무지개 다릴 건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믿어지지 않았고, 슬펐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게 밤이 지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산책을 나갈 기미만 보이면 좋아하던 토란이가 병원으로 가는 그날은 그게 마지막인걸 아는지
움직이려하지 않았고, 병원에서도 물끄러미 남편과 절 쳐다보았던 것 같습니다.
ICU에 들어가서도 생전 하지 않았던.. 손으로 문을 2번 두드리더군요.
근데 ICU안에서 토란이 모습은 딱 10년전 우리집에 첨 왔을때 그 얼굴 이었어요.
몸이 안좋은것 같아 목욕도 좀 못시키고 그랬는데 .. 전 속으로 "아 토란이 아기같아.. 예쁘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신기한건 남편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거예요..

일요일엔 토란이를 보내기 위해 장례업체를 방문했습니다.
자는 모습 그대로 누워있는 토란이 모습을 보고 마음을 달랬습니다. 아주 편한자세로 자는것 같았거든요.
기관지가 않좋고 심장이 안좋았던 토란이는 이제 숨도 크게 쉬고, 아기처럼 뛰어 다닐 수 있을꺼라고...
 
장례업체에선 토란이의 수의, 관을 권하더군요.
하지만 토란이는 자기가 예쁜옷을 입고 좋은 집에 들어가 천국을 가는것 보단,
10년전 자기처럼 힘들고 외로웠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걸 원했을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착한 아이였으니깐요.
오늘을 시작으로 매년 토란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그날 토란이 이름으로 후원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은 하고 있지만.
매년 10월 2일은 토란이 이름으로.. 친구들이 좀 더 편하게  새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습니다.

고맙다 토란아. 우리랑 함께 해줘서...
 
 
* 오늘은 견주인 제 이름으로 후원으로 했고, 내년부터는 토란이 이름으로 하겠습니다.
 
 
 



댓글

김혜민 2016.10.11

편안한곳으로 가서 주인을 기다릴꺼에요 토란이도 행복하게 기억할꺼에요


민수홍 2016.10.07

평안한 영면, 그리고 아름다운 재회를 기원합니다.


이혜영 2016.10.05

'부리'라는 이름이 낯익어서,게다가 프렌치불독이라는게 ..이녀석,예전에 제가 대학생에게 입양보냈던 부리가 맞군요.ㅠ 오래전 입양보낸 아이들은 소식듣기 어려운데 이렇게라도 소식을 들으니 너무 반갑고 너무나도 고맙습니다.오래간만에 부리사진을 찾아봐야겠어요.


김정숙 2016.10.05

엄마, 아빠가 준 사랑 가득안고 행복하게 하늘로 갔을거예요. 식구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아픔이기도 하지만 영원히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어 꼭 옆에 있는것 같기도 해요. 얼마전에 키우던 반려견 두마리를 하늘로 보낸 언니가 아침에 통화를 하는데 두미라가 꿈에서행복한 모습으로 집에와 놀고 있더라고 꿈이지만 넘 행복했다고.... 가영님도 힘내시고 슬픔은 조금만 간직하세요.


김가영 2016.10.04

구글을 뒤지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어학연수로 키우기가 어려워졌다는 대학생에게 데리고온 토란이는 이곳 동물자유연대에서 부리란 이름으로 들어와 호랑이란 이름으로 불리다 우리에게 와서 토란이가 되었던거였어요. 입양후기에 부리로 검색했더니 첨으로 보는 토란이의.아가얼굴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이아일 보게해줘서


김가영 2016.10.04

따뜻한 말씀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딴생각해야지 바쁘게 지내야지하면서도 마음이 아린건 참을수 없네요. 윤국장님.. 조만간 꼭 ^^ 찾아갈께. 윤국장님과도 귀하디 귀한 인연이니깐.


박경화 2016.10.04

토란이는 무지개 너머에서 건강하게 잘 지낼거에요. 힘내세요... 토란이를 위한 마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손 내밀어주는 그 따뜻한 마음을 토란이도 기억할거에요.


이경숙 2016.10.04

ㅠㅠ...토란이...ㅠㅠ 토란이도 시월에 떠났네요 모레는 우리 소리가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 토란이도 시월에 떠났기에 우리 소리와 동무하면 되겠어요 ㅠㅠ 토란이...아픔 없는 따스한 곳에서 자알 지낼 겁니다 토란이 이름의 후원 ...정말 고맙고 따뜻합니다 모쪼록 기운내세요~~~ㅠㅠ


윤정임 2016.10.04

토란이의 명복을 빕니다...부디 넘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최선을 다했고 외롭지 않게 보냈으니요. 그리고 가영아.. 언제 한 번 남양주 센터에 와서 얼굴보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센터 아가들도 보고 하자.. 꼭!!


조희경 2016.10.04

토란이와 10년의 사랑. 귀하디 귀한 사랑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했던 시간만을 추억하시며 토란이와의 이별이 나쁘지만은 않은 기억으로 새겨지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