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후기
가족을 만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온센터 입양 동물들의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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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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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까지 병원에 있다가 좀 전에 다시 병원에 다녀왔어요.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빙하가 고양이 복막염일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3-4일 사이 아이가 좀 침울해 보여서 같이 시간 오래 보내면서 놀아주면 나아지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호흡이 눈에 띄게 가빠져서 급하게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 가니 긴장했는지 호흡이 더 나빠졌어요. 입을 벌리고 숨을 쉬어야 할 정도로. 수술 들어가기 직전에 얼굴을 보니 입을 벌리고 침까지 흘릴 정도로 호흡이 어려워보였어요.
X레이를 찍어보니 심장과 폐 사이에 흉수가 가득차서, 그걸 빼내는 수술을 했습니다. 주사기로 뽑아내다가, 양이 너무 많아 관을 삽입하는 수술까지 했어요. 지금은 ICU에 들어가 있는데 호흡은 어제보다 편해보이지만 앞으로 어찌 될지,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의사 선생님은 그럽니다. 고양이 복막염일 경우 10마리 중 1마리 정도 생존율을 보인다고 해요.
"그래도 한 마리는 사는 거죠?" 했더니
아무래도 생존하는 한 마리의 확률에 희망을 갖는 게 자연스럽긴 하지만 수의사의 입장에서는 나머지 아홉 마리에 아무래도 비중을 두게 된다 하시더군요. 슬프지만 맞는 말씀이라는 것, 잘 알고 일단 집으로 왔어요. 여기까지가 어제 밤 1시 정도 상황.
좀 전에 ICU 안에 있는 빙하를 다시 만나고 왔습니다. 수술한 자리에 붕대를 감고, 아무래도 좀 힘들어 보이는 얼굴이었어요.
집에 오니 빙하가 없는데, 온통 빙하가 좋아했던 것들, 빙하랑 놀아주던 장난감, 빙하가 자던 쿠션, 침대, 냄새. 울다가 진정했다가, 다시 생각하면 또 슬퍼지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혹시 빙하가 혼자 컸나요? 아니면 다른 고양이와 같이 기르고 계신가요?"
수의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복막염일 경우, 원래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었는데 어떤 요인때문에 발현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 요인은 다른 고양이와의 만남일 수 있다.
제가 지난주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탁묘를 맡겼었는데, 아마도 그때문일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같이 있던 고양이 건강을 확인해보니 그 녀석은 다행이 괜찮아 보여요.
바이러스성 복막염이라는 게 그렇다고 합니다. 같이 있다 해서 두 마리 다 전염되는 게 아니고, 아주 불확실한 확률과 경로로 원래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던 어떤 고양이에게서만 발병한다고 해요.
하필이면, 우리 빙하가 지금 그렇게 아픕니다.
열마리 중 생존하는 한 마리의 경우, 항생제와 영양제 치료를 계속 했을 때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해요. 빙하 몸 안에서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서 복막염 바이러스를 버티는 경우죠. 생존이 확률일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마냥 응원하고 기도하고 마음 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빙하와 같이 있었던 일홍이와 이홍이 집사님께 부탁드리건데,
같이 지냈던 고양이는 바이러스도 같이 보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역시 확률이야 알 수 없지만, 그럴 위험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병원에 들러서 복막염 예방하는 약을 코와 입 주변에 뿌려주는 게 예방차원에서 좋을지, 믿을 수 있는 수의사와 한 번 상의해 보세요.
방금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오늘 아침에 흉수 10cc를 다시 제거해 줬다고 해요. 어제는 210cc 였던 걸로 기억해요. 흉수가 계속 차 오르고 있는 건 확인이 되는 상황,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제거해주면서, 예후를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빙하가 스스로 이겨내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보입니다. 슬프지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안타깝고 화도 나고 그래요.
빙하가 우울해 보였던 건 정말 단 3일 정도였어요. 잠도 제 옆에서 꼭 붙어 자고, 소파에 앉아있을 땐 배 위에 올라와서 자고 그랬어요. 게다가 병원가기 하루 전날엔 제법 장난도 치고 힘도 낸 것 같아서 안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그리고 병원에 가니 이미 흉수가 심하게 차올라 있었습니다. 복막염이 치명적인 병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건강하고 발랄하고 착했던 빙하 얼굴을 제 방에서 다시 보고 싶어요.
부디 기도해주세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6월 중순에 중성화도 예정돼 있는데..
행복한 소식이 가득한 게시판에.. 이런 일로 찾게 될 줄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또 소식 남기겠습니다.
댓글


김남형 2012.07.10
빙하 궁금해요... 어쩌고 있는 것인지요... 좋은 소식 기다립니다..
김레베카 2012.06.17
저런, 저런, 저런..ㅠㅠ.. 부디 힘내시길..
쿠키 2012.06.17
빙하가 지금은 호전되어서 소식이 없는 것인지 아직도 투병중인지 걱정이네요...
베를린 엄마 2012.06.09
아픈 빙하 얘기 너무 슬픕니다. 그래도 좋은 부모님 만나 저리 사람 받으니 금방 툭툭 털고 건강 찾을 거로 믿어요. 믿는 만큼 건강해질 거예요.
이영주 2012.06.08
아!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입니다! ^-^ 여러가지로 힘드신 일이 많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세요!
정우성 2012.06.08
어제 흉수 빼주던 관을 빼고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에 들어갔는데, 오늘 상황을 보니 약물 반응이 좋다고 해요. 오늘 아침엔 흉수가 거의 차지 않았고, 조심스럽게 퇴원을 생각해봐도 좋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낙관할 순 없고, 여전히 대증요법에 준하는 치료라고 의사선생님은 그러네요. 그래도 만져줄 수 있고, 고릉고르릉하는 소리도 듣고, 끝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요. 기도 고맙습니다. 정말 힘이 돼요.
장지은 2012.06.08
빙하야 힘내!!! 같은 마음으로 함께 기도할께요..
김시정 2012.06.07
에구.. 빙하가 꼭 이겨내길 바래요.. 좋은 소식 꼭 부탁드려요.
정진아 2012.06.07
빙하 잘 이겨내고 얼른 건강해지길 빌게요. 해줄수 있는게 없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가족이 옆에 있는것만으로도 빙하에게는 큰 힘이 될거에요.
김남형 2012.06.07
빙하가 이겨내길 기도할게요... 오늘 우리 야후(사홍이)도 중성화수술하는데... 너무 걱정이네요..
깽이마리 2012.06.07
생존확률이 낮아도... 있는 거니깐 희망에 걸어봐요. 애타는 마음이 어떨지, 저도 아픈 아이를 병원에 맡겨놓고 뭐가 어찌되는건지, 설마 아니걸야 하면서 지냈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빙하가 잘 이겨내길 기도할께요.
이경숙 2012.06.06
아이구~~ㅠㅠ 어떡해요~~ 빙하가 얼른 낫길 기도드릴게요 ㅠㅠ
이영주 2012.06.06
글만 읽어도 마음이 무거워요... ㅠㅠ 집중치료실에 있으면 면회도 쉽지 않을텐데 정말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아가에서 어느새 저렇게 멋지게 자랐는데 다시 건강하게 가족품에 돌아 올 수 있도록 빌게요!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