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위기를 벗어나 새 삶을 살고 있는 구조 동물들의
일상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홍콩으로 반려동물을 데리고 이주할때 겪어야 하는 불합리한 검역 과정을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개선할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동자연에서 도와주세요!!!!
- 정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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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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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 해 홍콩 중문대에 교수로 임용되어 홍콩으로 이주하게 된 사람입니다.
홍콩으로의 이주를 계획하던 도중,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동반하려는 과정에서 외교적인 수치심을 느끼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홍콩은 국가들을 1, 2, 3군으로 나누어 각기 다르게 검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1군에는 호주, 영국, 일본, 피지, 뉴질랜드, 하와이, 아일랜드 가 있습니다.
2군에는 미국과 캐나다 (북미대륙), 타이완, 싱가폴 (아시아)
덴마크,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유럽),
그리고 버뮤다, 사이프러스, 바하마, 케이먼제도, 지브롤터, 괌, 몰디브, 모리셔스, 뉴칼레도니아, 파퓨아뉴기니, 세이셸, 솔로몬제도, 버진 아일랜드,
바누아투, 바레인, 브루나이, 자마이카, 남아프리카가 있습니다.
3군에는 1,2군에 포함되지 못한 중국, 베트남, 우리나라 등의 국가들이 포함됩니다.
문제는 3군에 포함되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입국시에 그 동물이 무조건 홍콩의 계류장에 최소 4개월 (minimum of 120 days) 을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째로, 동물들과 그 가족이 짧지 않은 시간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미국과 같은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심지어 식용견으로 길러지던 개들조차 예방접종과 항체확인이 이루어지면 이렇게 긴 계류기간이 없이 바로 해당 국가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홍콩만 무려 120일 (이게 최소기간이며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나 계류하도록 해놓았습니다.
대한민국-홍콩 간의 외교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동안 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점이 놀라우면서도 개탄스럽습니다.
둘째로, 120여일 동안 계류장에 반려동물이 체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약 200만원 이상의 비용을 홍콩에 지불해야 합니다. 이 비용 자체가 1차적인 걸림돌이 되어 반려동물을 동반하는데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며, 가족과 반려동물의 해체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유기견/묘가 급증하여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대에 이러한 장벽이 잔존하고 있는데도 외교부는 홍콩에 이를 해지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각종 스트레스와 주의깊지 않은 관리 탓에 폐사하는 동물들이 왕왕 나오기도 합니다. 나이가 많은 노령이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 주의깊고 세심한 배려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러한 계류장은 그런 배려가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게다가 심지어 아주 건강한 개체이더라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무려 넉 달이나 지속되는 과정에서 급속도로 건강이 안좋아지고 폐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위에 언급된 점들은 홍콩 입장에서는 문제가 아니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큰 문제이고 걸림돌이 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외교부는 이 문제에 그 동안 무관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누구의 편입니까? 홍콩의 편인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을 유지하는 기술력으로나 문화경쟁력으로나 선진국이라고 자부심을 느껴왔는데
이번에 홍콩으로의 이사를 준비하면서 "광견병 요주의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후진국 취급을 받으며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또 이 문제에 무관심해온 외교부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 문제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외교부의 무관심
아마도 우리나라가 3군에 속하게 된 것은 수 십년 전 과거에 우리나라에 정말 광견병 문제가 상존했을 시에 생긴 구분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3군에 속한 채 중국, 베트남 등과 같은 나라들과 함께 남아있는 것은 우리나라 외교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국민들이 겪을 고통을 외면해온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겪고있는 어려움에 귀기울이고, 최대한 자국민들이 타국에서 제대로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야 하는 것이 외교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타성에 젖어서, 시대에 맞지 않거나 불합리한 해당 국가의 제도가 아무리 자국 국민들에게 불편함과 수치심을 끼치고 있어도 무관심하게 "당신들 문제니까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무사안일주의는 그 나라에 거주하는 국민 뿐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국격을 훼손하는 엄중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 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은 후진적인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고 그에 발맞추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역시 그 동안 많이 신장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제도적으로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해외로 이주를 할 때에는, 당연히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함께 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한민국이 부족한 천연자원을 극복하고 세계 강국이 된 데에는 세계화 및 국제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일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여 자국민이 해외로 진출하는데에 어려움과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데도 외교부가 무관심하다는 점에 아연실색했습니다.
120일 동안의 계류 과정에서 반려동물이 폐사하던 말던 관심 없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유기견/유기묘 문제가 심각한 이 시점에 반려동물 따위는 버리고 가라는 겁니까?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맞다면,
외교부가 자국민이 해외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홍콩으로 진출해서 일하는 데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이 반려동물 의무계류 절차를 개선해야 합니다.
외교부가 나서서 홍콩 정부에 대한민국이 더이상 광견병 요주의국이 아니라는 적극적인 설명과 어필을 해주어야 하며,
적어도 가정에서 예방접종 및 각종 의료 위생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반려동물은 계류과정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다시는 대한민국 국민이 홍콩으로 가면서 후진국 국민 취급을 받는 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해주어야 합니다.
혹시 동물자유연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실까 하여 긴 글이지만 남겨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 뿐 아니라, 개고기 국가라는 먹칠을 지우고 반려동물이 제대로 대접받는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홍콩에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고 힘을 실어주실 수 없을까요?
동물자유연대의 활동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동물자유연대 2019.01.31
안녕하세요, 동물자유연대입니다.남겨주신 의견은 저희도 생각해보지 않은 이슈라, 내부적으로도 공유하고 이야기나눌 예정입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홍콩을 방문하시는 분들의 불편과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반려동물을 생각해서라도 제도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문제임을 느낍니다. 주신 의견을 바탕으로 검역 본부 및 외교부에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대책 마련이 가능한지 묻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