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위기를 벗어나 새 삶을 살고 있는 구조 동물들의
일상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반려동물복지센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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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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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5월3일, 경기도의 한 반려동물 미용실에 방치되어있던 13마리 개를 구조했습니다.
제보 받은 영상과 사진으로 보았을 때, 피부 상태와 건강이 매우 나빠 보이고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개들도 있는 등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었습니다. 구조 당일, 현장에 도착해 미용실을 운영하는 개들의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보호자도 의도치 않게 순식간에 피부병이 번져 버려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글썽이는 보호자의 모습에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개들을 잘 챙겨준 듯, 현장은 깨끗했고 물과 사료도 넉넉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몇몇 개들은 구조팀을 보고 반가워하며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피부병의 증상이 피부 기생충인 옴 진드기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되어, 외부 기생충 약을 바르는 것으로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피부병이 심한 개들은 온 몸의 털이 다 빠져있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지쳐 있는 얼굴 표정만 봐도 얼마나 고단하고 괴로운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개들은 보호자의 말대로 모두 순한 성격이었습니다. 낯선 구조팀이 안아도 아무런 저항없이 몸을 맡깁니다. 어찌보면 기운없이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 가족에게 차갑게 외면당하고 병까지 얻게 된 후에 굳어버린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더 안쪽으로는 몸 상태가 제일 안 좋은 친구들이 이불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구조팀이 다가가자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애처롭게 쳐다보네요.
아래 사진 속의 스피츠는 펜스를 뛰어넘어 다니다가 다리를 삔 것 같다고 합니다. 오른쪽 앞다리를 땅에 디디지 못하고 계속 들고 있었습니다.
퍼그는 피부병으로 온 몸이 까맣게 변하다 못해 욕창까지 생겨 피부가 딱딱하게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구조를 이어갔습니다.
수월하게 구조가 끝나는 듯 했으나, 한 마리가 구석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경계심이 너무 심해, 이불을 덮어 안전하게 구조했습니다.
이 친구를 마지막으로 시츄, 푸들, 스피츠, 퍼그, 말티즈 등 13마리를 무사히 구조 완료 했습니다. 이제 서둘러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출발하기 직전, 보호자가 손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 한장을 내밀었습니다. 종이에는 개들의 이름과 종, 성별, 중성화 여부와 특징을 적은 내용이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메모만 보더라도 이 친구들을 나름대로 잘 보살피려 애쓰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구조된 친구들이 괴로운지 차 안에서도 연신 몸을 긁고 또 긁고 있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총 3 곳의 협력병원으로 나누어 입원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약욕을 진행한 후, 자세한 검사를 받고 검진 결과에 따른 치료를 할 예정입니다. 장기간의 힘든 치료가 이어지겠지만, 건강해지고 나면 이제 다시는 버림받지 않을 진짜 가족을 만날 수 있겠죠?
많이 괴로울텐데도 보채지 않고 원망하지도 않는 듯 끝까지 가만히 아련하게 바라만 보는 이 친구의 눈빛에서 속상함과 미안함이 교차합니다.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동물을 전부 구할 수는 없겠지만, 동물자유연대가 13마리 친구들의 구조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반려동물복지센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구조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아픈 몸을 치료한 이후에 제대로 된 보호 공간이 없어서 다시 열악한 환경 속에 빠진다면 이 모든 과정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반려동물복지센터가 존재하는 한 위기에 처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동물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이 작은 천사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우리의 노력과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으로 치유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롭게 내딛는 밝은 세상으로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힘차게 이어갈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엄마, 아빠
나는 날 놓아둔 그곳에 그대로 있었어.
예쁘게 단장을 하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도 날 다시 찾지 않았어.
그렇게 이곳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엄마, 아빠를 기다렸어.
기약 없는 기다림에
내 마음의 병이 퍼지고 퍼져 몸까지 번졌어.
나는 나의 엄마를, 아빠를, 우리 가족을
정말 많이 사랑했는데
내 가족은 더는 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더 날 아프게 해.
엄마, 아빠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어.
다시는 나와 같은 친구들을 만들지 말아줘.
댓글


최예진 2019.05.16
너무 가슴이 아파요ㅠㅠ
신여진 2019.05.09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다보니 눈물이 나네요ㅠ
이소민 2019.05.08
천사같은 아가들아.. 남은생은 부디 꽃길만 걸으며 행복하게 살길..너희들을 좀 더 도와줄수있게 힘을내 살아야겠다..
김중동 2019.05.07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아가들이 이젠 행복한 일들만 가득 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