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동물 제보
위기 상황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제보해 주세요.
-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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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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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국 인천 청라국제도시! 마지막 남은 미개발 지역에 있는 불법 건축물.
쓰레기 비닐하우스 집, 그곳을 지키는 어린 백구.”
새로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고급 단독주택 단지가 늘어선 청라국제도시 & 루원시티 경계선 야산 초입에는 다 쓰러져가는 비닐하우스 집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70대(추정, 남) 노인이 살고 있는데 항간에 소문으로는 한국토지공사 소유의 땅을 무단 점거하고 불법 거주하고 있는 그가 언젠가 땅이 재개발될 경우, 보상받기 위해 이곳에 말뚝을 박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떠돕니다.
그의 무허가 비닐하우스 주택 앞에는 외롭고 처량한 표정으로 어린 백구(수컷) 한 마리가 차도와 인도를 바라보며 종일 앉아 있습니다. 벌써 몇 년째 백구는 일 미터 줄에 묶인 채 자신의 처지와는 전혀 다른, 행복한 반려견들의 산책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일과의 전부입니다.
백구는 이름이 없습니다.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고 데리고 있다는 것은 백구의 열악한 환경에 더해 명백하게 애착이 없다는 방증인데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내주자 해도 절대 싫다고 합니다.
백구는 추위와 더위를 피할 집도 없습니다. 개집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긴 하나?
노인이 온갖 잡동사니와 철사 더미를 집에 들여놓은 탓에 백구는 개집 안에 들어갈 수 없고
혹한과 혹서를 온몸으로 견디며 땅바닥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그 땅바닥마저 온전치 못한 것이 바닥에는 노인이 어디서 주워 온 쓰레기 더미와 못, 유리 파편이 나뒹굽니다. 백구는 그 위에서 먹고 자고 웅크린 채 살고 있어요.
노인은 물도 밥도 제때 주지 않습니다. 제가 백구를 발견하고 열악한 환경을 직접 보러 갔을 때도 역시 물과 밥은 없었습니다. 그 후로 매일 드나들며 밥과 물을 챙겨주려 했지만, 노인은 그것들을 모두 치워버렸습니다. 한파에 덜덜 떨고 있을 백구가 걱정돼 옷을 사입혀 놓으면 가차 없이 옷을 벗겨내 버리고 쓰레기 더미 위에 옷을 던져 놓습니다.
“할아버지! 강아지도 추워요! 옷 벗기지 마세요!”라고 사정했더니 이렇게 쏘아붙입니다.
“내 평생 개가 얼어 죽었단 소리 못 들었어! 옷 안 입어 버릇해서. (안 입히고 싶어.)”
백구는 너무 영리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개답지 않게 밝고 상냥합니다. 타고난 기질 자체가 훌륭한 아이 같습니다. 그런 곳에 있기엔 너무나 아까울 만큼 사람을 그리워하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다정한 성품입니다.
제가 잠깐이나마 매일 산책을 시켜준 뒤로 백구는 응가를 참는 것 같습니다. 산책하러 갈 때 여러번 응가를 누고 집 주변은 깨끗이 유지하는 영리한 백구입니다. 일 미터도 안 되는 줄에 묶여 용변을 참는 백구를 위해 3미터 와이어 줄을 구해와 바꿔 줬더니.
역시나 노인은 3미터 줄을 어딘가로 치워버리고 도로 1미터 철삿줄로 바꿔 놓았습니다.
“마당 어지럽혀서 안 돼!”
그러나 정작 마당을 어지럽히는 것은 온갖 쓰레기를 모아서 마당에 쌓아놓은 노인 자신입니다.
“할아버지 최소한 물은 주셔야 할 거 아녜요!”라고 제가 호소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줘도 어차피 얼어버려. 오줌만 많이 싸지!”
그랬습니다. 제가 먹을 걸 챙겨줘도 많이 먹으면 탈 난다고 뺏어 가버리고. 그 모든 것이
물과 밥을 많이 주면 똥과 오줌을 많이 싸니까 본인 편해지자고 그런 것입니다.
인간이 어쩜 이렇게 잔인하고 못됐을까요!
백구를 구해주세요! 알고 있어요. 시골에는 이런 사정을 가진 개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걸!
하지만 여긴, 사정이 달라요. 도심 한복판이고. 더군다나 개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대규모 강아지 운동장과 반려 인구가 넘치는 곳입니다. 백구는 너무 순하고 영리합니다.
한 번도 멍~ 하고 짖는 법이 없어요. 자신과 같은 종족의 개들이 사랑받으며 웃는 얼굴로
산책하러 가는 것을 수도 없이 보면서 묶여 사는 백구가 너무 불쌍합니다.
개라고 상대적 박탈감을 모를까요? 백구를 구해주세요!
백구가 요즘 계속 설사를 합니다. 병원에 데려가 보셨냐고. 내가 데려가도 되겠냐고 했더니
접종도 다 했고 병원도 다 데려가 봤다고 말합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무슨 소유욕이고 집착인지 모르겠지만 노인은 백구를 자신의 불행과 빈곤의
동반자가 되어주길 강요하고 있습니다. 같이 순장이라도 해주길 바라는지. 잔인한 양육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노인의 친구가 다녀가는 것을 본 날, 친구분을 설득해봤습니다.
“백구가 더 좋은 데로 가서 살 수 있게 말 좀 해달라고~ 이렇게 물도 밥도 안 주고
개가 얼어 죽든 말든 내버려 두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러자 노인의 친구가 말합니다.
“저 양반, 몸이 아파서 병원 왔다 갔다가 하느라 개 돌볼 시간도 없어!
그래서 줘버리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 전화 한 번이면 개장수가 와서 가져가는데! 전화하라고 할게.”
정말 말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인간들을 보면서. 인류애가 사라집니다.
백구를 납치해서라도 전과자가 돼서라도 그 쓰레기 집에서 구해주고 싶지만.
저도 지켜줘야 할 우리 가족이 있어서. 참고 있어요.
신도시의 빛과 미개발 지역의 어둠이 공존하는 이 아이러니한
현장에 꼭 좀 와주세요! 재개발 보상금을 바라고 동물들을 그 험한 땅에 묶어 놓고 지키게 하는 못된 짓을 막아 주세요.
제가 좋은데 입양 알아보면서 얼마라도 드리겠다 할 때는 싫다 하더니. 개장수에게는
팔아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것도 뒤틀린 자존심 때문인가 봐요.
부디 그 전에 오셔서 영리하고 착한 우리 백구를 구해주세요. 함께 해주시면, 그 노인을 효과적으로 구슬리거나 동물학대가 명백한 그 환경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우리 백구를 구할 수 있는 묘안이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댓글


동물자유연대 2024.02.01
안녕하세요. 동물자유연대입니다. 해당 제보 건은 열악한 사육 환경에 방치된 견에 대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자체에 전화 또는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민원 접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민원 접수 시 동물등록 및 질병 또는 상해 유무, 질병 또는 상해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받고 있는지, 혹서/ 혹한의 환경을 피할만한 공간이 있는지, 사료와 물을 적절히 급여하고 있는지 등등 내용을 함께 기재하시어 현장점검 및 사육 환경 계도 조치 요청하시기 권유드립니다. 만약, 임시보호처 또는 입양처가 확보된다면 지자체에 견주에게 소유권 포기를 받기 위한 설득을 함께 해주시기 요청해보시길 권유드리며, 구조하여 임시보호처로 갈 경우, 구조 동물의 병원비를 일부 지원 해드리는 [쓰담쓰담]과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입양 공고를 올리는 [관외입양공고] 를 안내 해드릴 수 있습니다. 단, 임시보호는 입양을 갈 때까지 해주셔야 하기에 충분한 고민을 거치신 후 진행 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동물자유연대는 약 300마리 이상 보호하고 있으며, 매년 유기견을 비롯한 피학대 동물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수용공간 및 관리 인력이 늘 부족한 상황입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제보해주셨는지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지만, 보호 중인 동물들의 최소한의 복지와 건강 또한 중요한 과제이기에 큰 도움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추후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02-6959-4947 로 전화하시어 문의주시기 바라며, 위기에 처한 동물을 외면하지 않고 제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위기동물대응팀 노 주희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