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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펌)

가난하게 살아가니 즐거워요 \"시나브로 다가오는 평화\"가 제 \'가난한 삶\'입니다 <1> 책에서 만난 \'자발적 가난\' 요즘 <자발적 가난, 그물코(2003)>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책이름은 마음에 안 들지만 속살이 좋아서 읽어요. 책이름으로 \'자발적(自發的)\'이란 말을 썼는데 \'자발적\'은 우리말이 아니거든요. \"스스로 나선다\"가 \'자발\'이고 \"스스로 나서는 것처럼\"이 \'자발적\'입니다만, 우리는 여태껏 \'손수-몸소-스스로-나서서\' 무엇을 했을 뿐이에요. <자발적 가난>이라는 삶도, 우리 스스로 조촐하고 털털하게 살아가는 일일 뿐입니다. 아무튼 <자발적 가난>이란 책을 읽다가 다음 대목에서 무릎을 치며 참 옳다고 생각했어요. .. 가난이라는 무기는 교칙에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 규칙을 지켜야 한다. 입고 자는 것에서부터, 말하고 행하는 것에서부터, 더 중요하게는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이것을 지키는 한 신은 우리에게 축복을 내릴 것이고, 따라서 우리 수도원의 종교적 계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아빌라의 성 데레사, 36쪽) 데레사님은 \"말하고 실천(행하다)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가난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보통 입고 먹고 자는 것에서 가난하게 사는 일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말하기\'에서? \'실천하기\'에서? \'생각하기\'에서? 이런 테두리에서도 가난하게 산다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자기 눈높이를 낮추고 낮은 자리에 서라는 소리입니다. \'말하기\'에서 낮은 자리에 서는 일은 \"배운 지식으로 어렵게 말을 하지 말라\"는 소리예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가장 손쉽게 깨끗한 보통사람 말을 쓰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쓰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알아듣게 말을 하라는 소리입니다. 우리들 어른은 문학, 철학, 종교들을 말하고 비평을 하고 기사를 쓰고 논평을 하며 참으로 \'어려운 말\', 그러니까 \'부자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요. 이렇게 말을 어렵게 하면 듣는 사람은 아주 골치 아픕니다. \"일을 하다\"라고 하면 될 말을 \"직무(職務)를 수행(遂行)한다\"고 하는 우리이고, \"철이 바뀐다\"는 말을 \"계절적(季節的) 변화(變化)가 있다\"고 하는 우리입니다. \'실천을 가난하게\'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실천을 조그맣게, 차근차근 하라는 이야기예요.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일이라 해도 몇몇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겠어요? \'생각을 가난하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 높낮이에서 생각하라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공부를 할 때도 \'잘하는 사람 높낮이\'에 맞출 게 아니라 \'못하는 사람 높낮이\'에 맞출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2> 제가 살아가는 삶 저는 얼마 앞서 <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헌책방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지난 1992년부터 헌책방이란 곳을 거의 날마다 찾아갔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헌책방에서 산 책이 구질구질하고 먼지도 많이 묻고 냄새도 난다고 해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겉에 묻은 더러운 때보다는 속에 담은 살가운 줄거리가 좋기 때문에 헌책을 즐겨 읽어요. 물에 젖어서 말린 책이라고 해서 속에 담은 줄거리가 달라지지는 않지요? 책이 오래되어 책장이 바스라진다 하더라도 줄거리는 예나 이제나 똑같습니다. 오히려 요즘 쏟아지는 거품 많은 새책보다 나은 게 헌책이에요. 겉만 번드르르한 책보다는 속살이 알뜰하면서 겉은 좀 낡은 책이 더 낫다고 보거든요. 아침저녁으로 빨래를 합니다. 머리를 감거나 손을 씻은 물을 대야에 받아 놓고 하루 앞서 입은 옷을 빨아요. 때로는 빨래한 물로 걸레를 빱니다. 세탁기는 안 씁니다. 물과 전기를 너무 많이 쓰고 정작 빼야 할 더러움을 못 빼는 게 세탁기잖아요. 세탁기 안 쓰고 빨래한 지 어느덧 열두 해네요. 버스로 두어 정류장 되는 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고, 비만 오지 않는다면 자전거 타기를 즐겨요. 운전면허를 안 땄어요. 환경오염 1등공신이 자동차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차가 너무 많아요. 혼자 타고 다니는 사람도 참 많고요. 차탈 일 있으면 얻어 탈 차도 많으니 면허를 딸 까닭도 없습니다. 혼자 살 때는 옷을 주워서 입었습니다. 요새는 \'옷 모으는 통\'을 뚜껑을 씌워 막아 놓았지만 처음에는 모두 열려 있었어요. 길을 가고, 집으로 오다가 옷 모으는 통에 담긴 깨끗한 옷이 입으면 주워서 입었습니다. 열 해 가까이요. 책장이나 책꽂이도 남들이 버린 걸 낑낑거리며 집으로 들고 와서 써요. 주워 온 책장이나 책꽂이가 스무 개쯤 된답니다. 설거지할 때도 세제는 잘 안 쓰고, 그릇을 부실 때만 물을 틉니다. 설거지한 물도 깨끗하면 받아 놓고 나중에 다시 써요. 쌀뜨물은 꽃에 물주거나 찌개 끓이거나 설거지 물로 다시 씁니다. 저는 밖에서는 어지간하면 밥을 안 먹으려고 해요. 반찬이 적어도 집에서 먹어야 몸에도 좋고 살림살이에도 좋거든요. 집에 오는 우편물은 봉투를 뒤집어서 이면지로 쓰거나 그 봉투 겉에 종이를 한 장 붙여서 우편봉투로 다시 씁니다. 어차피 받을 것은 속엣 것이니 봉투가 조금 낡거나, 쓴 것을 다시 쓴다고 해서 받는 분이 기분 나빠하지 않으리라 믿어요. 길에서 나눠 주는 홍보 명함이나 쪽지나 전단지도 너무 크거나 많지 않으면 잘라서 책갈피로 씁니다. 이런 것을 그냥 버리면 쓰레기이지만 어떻게든 다시 쓰면 소중한 물건이 되거든요. 짐을 묶던 끈은 가위로 자르지 않고 잘 풀어서 모아 둡니다. 시간이나 품을 아끼자면 가위로 잘라서 풀고 버린 뒤 사서 쓰면 좋겠지만, 끈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자원을 썼느냐 생각한다면 쉽게 버리지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사니 살림돈이 거의 안 들어요. 제가 이렇게 사는 모습을 보고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살면 장사하는 사람 다 망한다\"고 핀잔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왜 \"장사가 잘 되어야\" 할까요? 장사란 우리 삶터를 아름답게 지키면서 자기가 먹고살 만큼만 벌어야 좋은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가장 낮게, 가장 적게 즐겨야 좋다고 믿습니다. 다른 생명을 먹어야만 우리 생명을 이을 수 있는 삶이니, 제 목숨을 이을 만큼만 밥을 먹고, 물건을 쓰며 살아야지 싶어요. 그러다 보니 돈 쓸 일은 자연스럽게 줄고, 제 적금통장엔 남들이 보면 놀랄 만큼 하지만 그다지 많지 않은 돈이 모입니다. 돈 쓸 곳이 책 사고 필름 사고 찻삯 쓰고 술 몇 잔 마시고 세금 내는 데 빼고는 없어서 그래요. \"스스로 가난해지기(자발적 가난)\"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저 있는 만큼 쓰고,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내면서 자기 삶을 즐겁고 흐뭇하게 여기는 일이지 싶어요. 쓸 것이 적으면 욕심도 적고, 욕심이 적으면 남의 것을 뺏을 일도 없습니다. 싸움이나 전쟁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시나브로 다가오는 평화\", 이것이 제 \'가난한 삶\' 고갱이입니다.



댓글

김종필 2004.07.16

맘이 맑아지는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