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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사육장과 죽탱크

지인이 의도하지 않게 인연을 맺게 된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개를 키웁니다.
개사육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이유 때문에 제가 현장을 방문한적이 있습니다.
제가 본 개사육장은 그곳 한곳뿐이고 거긴 개들의 입장에서 극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다른 개사육장 또한 환경은 크게 낫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개들의 환경개선에 관심을 둘만한 사람들은
애초에 이런 종류의 개사육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그곳에서 제가 주목한 이야기는 단 두 문장 입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수백 마리를 키웠다.
사료로 [죽]을 제공했는데 전염병이 돌아 개들이 모두 죽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떠오르는 게 있나요?
전 음식물쓰레기가 떠올랐습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남을 비난하는 건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상황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제가 알고 있는 한도 안에서 개사육을 위한 [죽] 이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음식물 쓰레기에 물을 붓고 죽을 만들었다는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합니다.
개는 대표적 잡식성 동물 중 하나임에도
일순간에 수백 마리가 모두 죽을만한 가장 큰 변수는 음식물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육용 개에게 사료로 [죽]을 주는 곳이 여기 한곳뿐일까?
이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육장에서 보신용으로 개가 갇혀있을 겁니다.
그 모든 사육장들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지는 것이
저뿐 아니라 이곳 모든 분들의 바람이겠지만,
그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희망이 아닐 겁니다.
그건 단순히 정부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와 깊고 넓게 연결된 방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에 대한 대응을 몇 가지 트랙으로 나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첫째, 당연하게도 공급을 줄이는 일입니다.
그 중 개사육장 자체를 단속하는 방향은 중요한 방안인 동시에,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한곳을 폐쇄하면 사장은 뭘 할까요?
어디서 개를 데려와 어떻게 키우고 누구에게 팔지 노하우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 커리어를 처음부터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할까요?
아마도 많은 이들이 다른 곳에서 똑같은 개사육장을 오픈 할 겁니다.
그래서 사육장의 문을 닫은 후 사장의 상황을 꾸준히 살피고
다른 분야에서 본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우며
재범 발견 시 가중처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후속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공급을 줄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건 수요를 줄이는 일입니다.
큰 병을 앓은 집안 어르신에게,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무럭무럭 자라야 할 집안 아이들에게 보신탕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우리나라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그 개들이 뭘 먹고 컸는지 알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들은 분명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겁니다.
 
셋째, 아울러 유기견의 수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기견의 상당수가 이들에게로 유입되고 있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기견은 반드시 둘 중 하나의 이유 때문에 발생합니다.
첫째, 잃어버렸거나. 둘째, 버렸거나.
 
잃어버린 유기견의 경우 모두가 생각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목줄을 채우거나, 칩을 이식하거나. 인식표를 달거나.
목줄은 귀찮고, 칩은 비싸거나 개의 건강을 침해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못하고 있습니다.
근데 인식표는 왜 안 할까요?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세상사가 그렇듯이, 우린 방법을 아는데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버린 유기견의 경우 다시 두세 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첫째, 휴가철. 실제 휴가철에 유기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뉴스는 모두가 보셨을 겁니다.
본인이 개를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휴가철에 개를 어찌할 것인지도 본인의 책임이지만
많은 이들이 책임과 개를 함께 유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시스템과 제도가 정비된다면 상당수의 휴가철 유기견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성견을 원하지 않는 경우. 사람의 잔혹함이 보이는 대목입니다.
실제 인터넷상의 글들을 보면 아기견이 귀여워서 구매했다가
조금 커지면 버리고 다시 아기견을 구매했다는 글을 가끔씩 봅니다.
이런 분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이들의 손에 다시는 애완동물이 건네지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처음 생각과 달라서. 이는 현재의 견주 분들도
갈등상황만큼은 한번씩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생각보다 시끄러워서. 생각보다 성가셔서. 생각보다 커서.
생각보다 냄새 나서. 나를 보고 짖어서. 나를 물어서. 나랑 친해지지 않아서. 이젠 재미 없어서.
이 모든 것들은 견주의 책임이지만
개들이 온전히 책임을지고 그 운명을 개사육장에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또한 시스템이 할 일은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계실 내용들이기에,
불필요하게 긴 글이었음을 마지막으로 사과 드려야 할 듯 합니다.
 



댓글

윤형각 2017.06.15

여러분 아십니까? 여러분의 음식쓰레기를 수거하는 차가 개농장에 바로 직행합니다.


동물자유연대 2017.06.07

회원님 말씀대로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모든 개농장의 개들은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자랍니다. 그 음식물쓰레기에는 항생제가 들어가 있으며 이 부분이 개고기를 먹는 인간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과학적인 데이터도 없는 실정입니다. 개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 속에서 매우 잔인하게 도축되기 때문에 이렇게 생산된 고기가 인간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또한 지적하신대로 유기견들이 개고기용으로 둔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모란시장이나 구포시장에 가보면 목걸이를 한 채 철장에 갇혀 있는 개들이 많습니다. 개농장 역시 한 때 누군가의 반려견이였을 골든 리트리버나 그레이트 피레니즈로 채워지기도 합니다. 물론 동물자유연대가 개고기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 외에도 많지만 개들의 처참한 사육환경, 유기견이 개고기를 둔갑되는 현실 역시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여름철 보신이라는 잘못된 명분으로 희생되는 개들의 아픔에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개고기 반대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주시기를 바랍니다. 말씀하신대로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 역시 줄어들게 되어 있으며 이미 우리나라는 그 단계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고기 반대 문제에 관심 가져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