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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꿈꾸는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
후원회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원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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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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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아파트 건너 편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쳤습니다. 배고픈 아이 같아서 가지고 있던 닭가슴살을 줬는데 허겁지겁 먹더군요. 너무나 허겁지겁 먹어서 한 개 더 까주고 급히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물을 샀습니다.
그리고 편의점 밖으로 나오니 그 고양이가 편의점 근처에서 절 보고 있더라고요. 그때까지는 그 아이가 절 따라왔다고 생각을 못 했는데 물을 주면서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이 아이가 길고양이가 아니라 유기된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물이든 닭가슴살이든 주려고 하면 아이도 몹시 다급하게 발을 뻗는데, 처음엔 발톱이 무서워서 제 쪽에서 잽싸게 손을 빼느라 몰랐었는데, 어쩌다 아이 발이 제 손등을 스쳤는데 전혀 날카롭게 긁히는 느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물을 주는 척 하면서 손을 뻗어보았고 기다렸다는 듯 아이가 제게 발을 뻗었는데, 제 예상대로 발톱 정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발톱이 전혀 걸리지 않습니다. 그저 발의 감촉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일어서니까 마치 어떻게든 잡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다리에 몸을 비비면서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쭈그려앉아 자세히 보니 털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깨끗하고요. 탈출냥이든 유기묘든 어쨌든 길에 나온지 얼마 안 된 아이 같았습니다. 처음 길에 나와서 먹이를 전혀 먹지 못해서 그렇게 배가 고팠던 게 아닌가 싶었어요.
제가 살펴보는 동안에도 아이는 제 몸에 머리며 몸을 비비면서 애처롭게 우는데, 처음에 사납게 들린다고 생각했던 울음소리가 아무래도 하도 울어서 목이 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혹시 싶어서, TV에서 봤던 대로 손가락을 슬쩍 내밀어봤더니 와서 코를 부딪치더라고요. 코를 부딪치고 발라당 길에 누워서 배를 보이며 계속 애교를 부리는데, 제 눈에 그건 정말 필사적인 몸부림처럼 보였습니다ㅠㅠ
데려가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은 아이였지만, 저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고, 고양이를 구조하고 입양 보내고 등등 관련된 지식이나 네트워크 자체가 아예 없는 사람인 데다가 무엇보다 저희집은 부모님 때문에 고양이를 키울 수 없고...
그런데 그 아이는 그대로 두면 길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고. 게다가 저렇게 사람 따르고 손 탄 아이면 해코지나 몹쓸 짓을 당할 위험도 높다 하는데. 그 아이들 두고 오는데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계속 따라 오다가 길을 건너니까 차들이 무서운지 그 앞을 서성이기만 하더라구요ㅠㅠ
아직 어린 편에 속하는 아이 같았어요. 새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2, 3살 먹은 성묘는 아니지 않을까 싶을 만큼 순하고 몸집도 작은 편이었고요. 얼굴도 자그맣고 예뻤습니다.(저희 아파트에 사는 길냥이 아이들보다 예쁜 얼굴이었어요;;)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암컷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쨌든 땅콩은 달려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요.
아이 사진을 찍어두었으면 좋았겠지만, 당황한 나머지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혹시 제가 그 아이를 구조하게 되면 동자연에서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강남구요.
그 아이가 새벽에 본 그 장소에 아직 있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혹시라도 계속 거기에 있다면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너무나 마음이 쓰입니다. 받아주실 수 있다면 제가 다시 한번 나가서 아이를 찾아보려 합니다. 동자연에서 받아주실 수 있는지 답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원은주 2022.11.10
답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젯밤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혹시라도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먼저 구조한 후 말씀 주신 방법으로 보호와 입양공고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애써 주시고 마음 써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동물자유연대 2022.11.10
안녕하세요. 동물자유연대 구조 및 보호소 입소는 유기동물이 아닌 위기동물을 대상으로 하기때문에 해당 동물의 입소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임시보호처가 마련되어있을 경우 관외 입양공고 쪽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49702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