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후기
가족을 만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온센터 입양 동물들의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 우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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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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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조금 넘어서 수술을 시작해, 7시에 끝이 났습니다. 장장 3시간 동안 진행된 수술 후 마취가 깬 베를린 비명이 집에 와서도 자꾸만 귀에 맴돕니다.
다가오는 수술이 실감이 나지 않아 병원 가기 몇 시간 전까지 베를린이랑 신나게 산책 갔다왔어요. 베를린도 가족들의 불안한 기운을 냉큼 느끼고 유모차에 타면서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유모차 뚜껑을 열어주니까 '병원 안 가도 나 튼튼해요, 그러니까 집에 가자' 하듯이 자꾸만 얼굴을 들어 보입니다. 병원 가서는 수술실 들어가기 전 까지 계속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안고 있으니 이번에는 낑낑거리네요.
정말, 수술은 나중에 올 통증보다 그 전의 공포가 더 견딜 수 없습니다. 베를린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리고 베를린은 의사 선생님 팔에 안겨 덜덜 떨면서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베를린이랑 산책 가면 후딱 가버리는 3시간이 느릿느릿 갔습니다.
겨우 2시간 50분이 지나 이 때쯤이면 다 끝나지 않았을까 가늠하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묻어나와 베를린꺼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어요. 한 선생님이 나오시면서 열린 문에 잠깐 베를린 꼬리가 보이니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밤의 고통은 오롯이 베를린의 몫입니다. 베를린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더 속상하고 미안합니다. 입원 기간 동안은 면회도 못 간다고 해요.
게다가 오른쪽 다리는 바깥으로 확 꺾여 있어서 관절염도 생겼고,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시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도 고칠 수 있는 질환을 갖고 있고, 베를린이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젊고 건강해서 참 다행입니다.
앞으로 9일이 참 길 것 같지만 앞으로 베를린이 편하게 살 날과 비교하면 짧기도 매우 짧습니다. 그 동안은 아기 재워놓고 밀린 일을 하는 엄마처럼 베를린이 무서워 하는 청소기도 막 돌리고, 외출도 좀 하고, 길고양이 밥도 매일 줘야겠어요.
빈 유모차에 짐 가방 몇 개만 싣고 집으로 오는 길은 참 허전했습니다...
댓글


아란엄마 2011.02.26
베를린엄마 힘내세요. 빈유모차 끌고올때 얼마나 힘들고 슬펐을까 짐작이 가네요.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가슴이 먹먹 하네요. 베를린이 엄마 항상 어디선가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으니까 기운내시고 힘내세요
김지영 2011.02.26
베를린! 너도 얼른 나아서 나중에 다시 산책나가렴~~
박성희 2011.02.26
에구 우리 베를린...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큰 수술을 잘 견뎌 주었네요. 베를린아!! 빨리 나아서 언냐랑 좋아하는 산책하면서 맘껏 뛰어 다니렴~~~
이경숙 2011.02.26
벨린이...얼른 회복되길...빌게요...기운내세요!!!
딸쪼엄마 2011.02.26
제 이름은 원래 서여진입니다. ㅎㅎ 근데 딸쪼엄마는 저희 집 강아지 이름이 딸기와 초코이기 때문에 줄여서 딸쪼엄마로 했습니다. 우휘명님~ 베를린이 수술하고 입원하면 보고 싶을 거예요. 저희 집 강아지도 1주일 동안 장염 땜에 입원했었어요. 밤에 쇼크도 오고.. 다래뿌꾸언니 님처럼 입원하면 마음이 아프죠.... 저희 집 강아지 초코도 장염 땜에 침도 맞았어요. 근데 침 하다가 방귀가......ㅋㅋㅋㅋㅋ 베를린~이 이젠 그 힘든 수술 참아줬으니 이젠 더이상 귀여운아기처럼 안보이고 기특한 아기처럼 보이겠네요 ㅎㅎㅎㅎ
다래뿌꾸언니 2011.02.26
우휘명님 마음이 참 무거울듯 해요. 아이들 아파서 수술할때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베를린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그래도 그 힘든 수술 참아준 베를린이 기특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