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위기를 벗어나 새 삶을 살고 있는 구조 동물들의
일상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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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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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8일, 마마가 별이 되어 먼 산책을 떠났습니다.
나의 편지가 너무 길어서 마마 너에게 다 못 닿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마마는 걸음이 느리니까 터벅터벅 천천히 걸을 때 이 편지가 너의 한 걸음, 한 걸음에 꼭 닿기를 바라. 어떤 말부터 해야할까. 이제 너가 없다. 마마야 이제 네가 없다는 게 말이 되니? 아침 밥 시간, 너는 없는데 습관처럼 너의 밥그릇을 꺼냈어.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느꼈어. 그때도 넌 늙어 있었으니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떨까 생각했지. ‘매일 걷던 그 길을 함께 걷겠지’, ‘너는 낙엽과 다른 개 똥 냄새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버리겠지’, ‘그 냄새 맡느라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겠지.’ 그런 네 덕분에 나는 점심시간마다 산책길 언덕에 좋아하는 산 풍경을 매일 들여다볼 수 있었어. 산 색깔의 변화에 감탄하고 철 따라 피는 것들, 날아가는 새를 올려다보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다듬었어. 네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고 느낄 수 있었을까.

언제나 코끝으로 말을 걸며 느리게 걷던 마마. 너의 느린 걸음과 다르게 너의 늙음과 병은 너무 빨랐어. 너의 늙음을 마주할 때마다 두려웠지만, 세월의 흔적 담은 너의 늙음은 너무나 소중했어. 느린 걸음 안에 많은 추억도 쌓았지. 북한강 산책 갔을 때 마마 걸음 너무 느려서 다른 친구들 산책길 끝까지 다녀올 동안 우리는 겨우 산책 초입길에 머물렀잖아. 그때 마마가 새로운 곳 냄새를 엄청 열심히 맡던 걸 생각하면 겨우 조금 걸었던 그 산책을 다녀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마마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매일을 함께했던 이민주 선임 활동가가 부고를 전합니다.
다정한 늙은 개, 마마가 좋아하는 냄새 맡으며, 간식 먹으며 온센터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함께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10년 동안 보호소에서 지냈지만, 다정함을 잃지 않은 개. 좋아하던 게 많았던 개 '마마'를 오래 오래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먼 산책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 마마에게 좋아하는 것들 마음껏 잔뜩 즐기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세요.
댓글


이서연 2022.07.13
마마야 고생했어 그곳에선 가족 만나서 아프지말고 더 행복하자..♡
이성일 2022.07.11
마마안녕~~이번생은 견생으로 살았기에 다음생은 인생으로 살아갈거야~~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너가 베풀고간 견생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마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조혜현 2022.07.11
선하고 따뜻한 마마의 눈빛이 너무 마음에 남네요.. 부디 이제 아프지 말고 마음껏 뛰놀고 행복하렴
구지윤 2022.07.11
마마야~ 그곳에서는 더는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행복하렴~💕
김준성 2022.07.11
마마야, 천천히 좋아 하는 냄새 맡으며 조심히 가렴. 그곳에 도착하면 꼭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마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