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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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미래가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되었습니다



2023년 11월 28일, 미래가 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되었습니다. 




2011년생으로 추정되는 미래는 3살이 될 때까지 위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 살았습니다. 보호자가 있는데도 엉킨 털이 얼굴을 뒤덮어 형체도 알아볼 수가 없었고 앞은 보이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새끼 때 데려와 한 번도 목욕이나 미용을 시켜준 적도 없이 방치했다고 했습니다. 사회성을 배워야 할 어린 시절을 외로움과 고통을 배우며 자라왔던 것이었습니다. 

구조 이후 살펴보니, 심각한 영양실조에 코로나 장염까지 걸려 있었고 항문 쪽 털이 돌덩이처럼 엉겨붙어 배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력이 너무 쇠하여 미용도 다 못시키고 치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털만 제거하고 간신히 목숨을 붙들어 놓았을 정도였습니다. 

집중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미래는 사람의 손길에 공격하는 성향을 보였습니다. 누구와도 교감하지 못한 채 자라 온 미래의 마음은 굳게 닫혀버렸습니다. 




미래가 10살이 되던 해인 지난 2021년 미래에게 특발성 전정계 증후군이 찾아왔습니다. 주로 노령견에게 나타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증상인데, 우리가 추정했던 미래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는 병원의 소견까지 있었습니다. 미래는 서서히 잘 일어서지 못하기도 하고 고개가 기울어지고 한쪽 방향으로 돌거나 하는 치매 증상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먹기 싫어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만지기 어려웠던 미래를 토닥토닥 보듬고 쓰다듬어 줄 수 있었습니다. 미래를 마음 껏 쓰다듬는 일이 이렇게 슬플 줄 몰랐습니다. 아픈 미래는 싫은 내색도 없이 가만히 몸을 맡겼습니다. 




미래가 온센터에서 따뜻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 주신 대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대부모님이 계셔서 미래는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까지 미래와 함께 하며 오랜 시간 돌봐 온 이나혜 선임활동가가 부고를 전합니다. 미래의 평안을 바라주세요🙏


미래에게

내가 입사하고 처음 당부 받았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미래는 사람을 안 좋아하니까 만질 때 조심해야 해'라는 말.
그 말은 정말이었어.

너의 눈곱을 한번 떼주는 일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고
매달 한번 있는 몸무게 재는 날에는 반려동물 행동교육 활동가님을 호출하곤 했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 주겠지 하면서 한 해 두 해 보냈는데,
어느새 너는 나이가 많이 들어 하나씩 질병을 얻고 있더라.

2년 전 네가 처음 특발성 전정계 증후군 판정을 받았을 때
밥도 약도 안 먹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너는 잘 지내 주고 우리 손길도 받아들이기 시작했었지.

그런 시간들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았겠지만 너의 흐르는 시간은 멈출 수가 없더라.
미래야, 너의 하얗고 통통했던 몸과 노랗고 예쁜 귀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그곳에서 평안해 지길 바래.
잘가 미래야, 사랑해.




댓글

해피언니 2024.07.15

미래 소식 안들려서 궁금해서 들어와봤는데 에구 미래야 고생 많았어 그곳에서는 편히 쉬렴


2023.11.30

미래야 사랑해. 아프지말고 행복하렴


CANCO 2023.11.29

미래야 추운 겨울날 떠났구나...우리 미래 무지개 다리 조심해서 건너가고, 하늘나라에서는 먹고 싶은 거 놀고싶은거 마음껏 하며 지내렴... 나중에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여소희 2023.11.29

미래야 사랑해 ㅠ 실제로는 한번밖에못봣지만 마음이 많이아파 하늘에선 잘지냈으면 좋겠어


투실언니 2023.11.29

미래야.. 너와의 결연이 종료되었다는 말에 혹시나 우리 미래와 마지막까지 함께해줄 따뜻한 분들이 나타나셨나 하고 희망을 가졌었어.. 이렇게 이쁜 미래를 더욱이 더 많이 도와줄수 없었어 참 미안해.. 미래야! 그래도 따뜻했던 날들만 가지고 무지개다리건너 더 행복하고 따뜻하고 아프지않은 곳에서 더 멋지게 살아보자!


몽이 2023.11.29

미래야,, 무슨말을 할수있을까... 그냥 많이 고마웠어 미래를 알게돼서 행복했어 잘가 미래야 항상 마음속에 잊지않고 간직할게


이정화 2023.11.29

사랑하는 미래야~ 너가 별이 되어 떠났다는소식이 너무 아프면서도 이젠 고통없이 맘껏 뛰어놀 수 있을거라 바래보며 슬픔을 달래본다. 네 사진을 책상에 붙여두고 보러 갈 순 없었지만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며 지냈는데... 아가, 이젠 고통없는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랄께~ 정말정말 사랑해, 미래야~~~